상을 만들고, 마켓을 연다 — 영화제 생존 레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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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두 영화제가 서로 반대 방향에서 같은 곳으로 움직인다.
9월 10일, 토론토영화제는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공식 마켓을 연다. 마켓 스크리닝 650회, CAA·A24·Pathé 참여 확정, 캐나다 정부가 부은 돈이 3년간 2,300만 캐나다 달러다. 한 달 뒤인 10월 6일, 부산국제영화제는 메인 경쟁의 두 번째 회차를 연다 — 30년간 지켜온 비경쟁 원칙을 작년에 바꿨다.
토론토에는 규모에 걸맞은 공식 필름 마켓이 없었고, 부산에는 영화제 전체를 대표하는 메인 경쟁이 없었다(마켓은 이미 있다 — ACFM, 작년 거래액 7,110만 달러). 각자 없던 반쪽을 같은 해에 채우는 중이다. 어디를 향해서인가. 상과 마켓을 둘 다, 가장 크게 가진 곳 — 칸이다.
영화제들의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단순히 '영화제가 진화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은 생존의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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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부고란
최근 몇 년 사이 영화제 뉴스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라인업 기사가 아니라 재정 기사다.
토론토는 수십 년간 메인 스폰서였던 통신사 벨(Bell)이 떠났다. 그 빈자리를 메운 것이 정부 예산과 이번 마켓 신설이다. 선댄스는 41년을 지낸 파크시티, 유타를 떠나 내년부터 볼더, 콜로라도로 이사한다. 공식 사유는 여럿이지만, 파크시티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결정이다. 에든버러영화제는 2022년 모기업 파산과 함께 한 번 문을 닫았다가 간신히 부활했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위원장 연쇄 사퇴와 예산 삭감의 몇 년을 지나서야 경쟁 부문이라는 승부수가 나왔다.
이 목록이 말해주는 것은 하나다. 상을 만들고 마켓을 여는 것은 도약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생존 전략이라는 것. 영화제들은 지금 확장 경쟁이 아니라 생존 레이스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 더 깊어져야 한다. 왜 하필 지금, 전 세계 영화제가 동시에 돈 문제에 부딪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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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가 팔던 상품의 시장이 무너지고 있
영화제의 원래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보자. 영화제는 시험적인 영화(스타가 없고, 장르 문법 바깥에 있는, 검증 안 된 감독의 작품)를 발굴해 상을 주고, 그 상이 개봉의 보증서가 되는 구조였다. 수상작은 전 세계 아트하우스 극장에 팔렸고, 배급사는 그 보증서를 믿고 돈을 냈다. 선댄스에서 처음 공개된 '위플래쉬'를 소니픽처스클래식스가 사가 오스카 3관왕까지 끌고 갔던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그 보증서가 통용되던 시장이 지금 사라지고 있다.
미국 아트하우스 유통의 표준이었던 플랫폼 릴리즈(한 자릿수 관에서 시작해 입소문과 상으로 확산하는 모델)은 팬데믹 이후 사실상 멸종 위기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2개관에서 시작해 2,000개관을 넘기며 오스카까지 갔지만, 이제 그 곡선을 그릴 시간을 주는 극장도 관객도 없다. LA에서는 아트하우스의 상징이던 아크라이트 체인이 무너졌고, 랜드마크 LA 대표관이 문을 닫았다. 인디 배급사들의 자금줄이던 OTT와의 pay-1 계약(한국으로 말하면 극장 후 OTT 독점 공개)은 A24와 네온 같은 예외를 빼면 대부분 철수했다. 영화제에서 작품을 사줄 돈 자체가 마른 것이다.
가장 생생한 사례는 신생 배급사 로우케이(Row K)다. 작년 토론토에서 구스 반 산트의 신작을 사서 1,100개관에 걸었는데, 겨우 220만 달러를 벌었다. 거장의 이름값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부진이었다. 이후 회사에는 미지급과 프로젝트 반환, 경영진 이탈이 이어졌고, 회사는 성명을 내고 "상업성 있는 타이틀을 우선하겠다"며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아트하우스에 들어온 새 돈이, 반년 만에 아트하우스에서 발을 뺀 것이다.
업계에 '시험적 예술영화'에 내줄 방이 더는 없다. 그리고 그 방이 사라지면, 그 방의 열쇠를 팔던 영화제의 수익 논리도 함께 무너진다. 영화제의 위기는 영화제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제가 팔던 상품의 시장이 사라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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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 산업의 구조조정
여기에 공급 쪽 사정을 겹치면 그림이 완성된다.
2000년대와 2010년대에 영화제는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전 세계에 난립한 영화제는 수천 개에 이른다. 도시 마케팅 목적, 관광 진흥 기금, 지자체의 문화 실적 — 영화제는 공공 돈으로 굴러가는 공급 과잉 산업이 됐다. 올해 3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20년 만에 인증 체계를 전면 개편해, 인증 영화제 49개 중 17개에만 'A' 지위를 부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편을 다룬 보도에서는 빈약한 관객과 배급 기회 부족, 과도한 참가비, 잘못된 영화제 선택의 대가에 대한 신인 영화인들의 불만이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됐다. 공급 과잉에, 제도가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요(아트하우스 시장)가 무너지는데 공급(영화제)은 과잉인 산업이 가는 길은 정해져 있다. 구조조정이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그 구조조정의 각 단계다. 죽는 자가 있고(에든버러), 이사하는 자가 있고(선댄스), 오일머니를 들고 새로 진입하는 자가 있다(홍해영화제 — 신흥 영화제들이 예외 없이 산업 프로그램을 끼고 출발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업종을 바꾸는 자도 있다 — 트라이베카는 2021년 아예 이름에서 'Film'을 뗐다. 게임과 오디오와 이머시브까지 품는 종합 페스티벌로의 수평 다각화다. 그리고 살아남으려는 자들은 범주 확장을 한다. 전시장이 거래소를 겸업하는 것 — 부산이 상을 만들고 토론토가 마켓을 여는 일의 산업적 정의가 이것이다.
얹혀가는 길도 있다. 베니스에는 칸 같은 완성작 세일즈 마켓이 없다. 대신 남의 마켓에 올라탔다 — 베니스 프리미어에서 토론토 북미 런칭으로, 거기서 오스카 캠페인으로 이어지는 레이스가 사실상 베니스의 마켓이다. 상영은 베니스가 하고 정산은 오스카 시즌이 해주는 구조다. 베니스만이 아니다. 텔루라이드와 뉴욕영화제도 마켓 없이, 경쟁 없이, 오스카 레이스의 거점으로 존재하는 같은 전략이다. 북미, 유럽권에는 이 거점 역할을 하는 영화제가 여럿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부산의 선택이 다르게 보인다. 부산에게는 올라탈 남의 레이스가 없다. 아시아에는 오스카 같은 초대형 범아시아권 레이스가 없기 때문이다. 올라타는 것은 불가능하니, 남는 길은 자력갱생 — 상과 마켓을 다 갖추는 칸의 모델이다. 부산의 경쟁 신설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문화 지형이 강제한 경로에 가깝다. 마침 이번 FIAPF 개편에서 부산은 'A' 등급을 받았다. 방향에 힘을 실어 제도의 인정까지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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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간판만으로 무게가 실리지는 않는다
여기까지가 구조에 대한 설명이라면,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상을 만들고 마켓을 열면, 칸이 되는가.
되지 않는다. 상은 하루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무게는 다르다. 무게가 있으려면 권위가 필요하고, 권위는 시간에서 나온다. 칸의 권위는 트로피가 아니라 역사에서 나온다 — 수상작이 실제로 전 세계에서 개봉되고, 팔리고, 회수됐다는 65년 치의 판매 기록. 칸 영화제는 내년에 80회를 맞고, 칸 필름 마켓(마르셰)은 1959년부터 그 기록을 쌓아왔다. 영화는 몰라도 칸은 아는, 도시 이름보다 영화제 이름이 유명한 칸. "칸이 선택한 영화는 팔린다"는 믿음은 허상이 아니다.
홍해영화제가 오일머니로 상금을 키워도 그 상의 무게가 아직 부족한 이유는 이것이고, 부산의 상이 아직은 보증수표가 아닌 이유도 같다. 몇 회 해보고 "왜 칸처럼 안 되지"라고 물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권위는 인내의 시간으로만 쌓인다.
그렇다면 무엇이 판정 기준이 될 수 있는가? 부산 상의 무게는 폐막식의 박수가 아니라 수상작의 후속 딜에서 갈릴 것이다 — 대상을 받은 영화가 수상 이후 아시아, 그리고 그 외 전역에서 실제로 더 팔리는가. 괄목할 만한 박스오피스를 달성하는가.
참고할 1회차 관측값이 이미 있다. 작년 첫 부산 어워드 대상은 장률의 '루오무의 황혼'이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였고, 심사평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수상 이후 이 영화가 세일즈 시장에서 눈에 띄는 후속 거래를 만들었다는 신호는, 적어도 보도상으로는 감지되지 않는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상업성을 기준으로 뽑은 상은 애초에 권위를 얻지 못한다. 문제는 수상 이후, 예술의 선택을 거래로 바꿔주는 장치 — 마켓에서의 바이어 스크리닝, 세일즈 연결, 배급 지원 — 가 상 옆에 붙어 있느다. 상이 보증수표가 되는 것은 심사가 아니라 그 장치들에서다.
물론 한 번의 관측으로 판정할 수는 없다. 칸도 첫 회부터 대성공은 아니었다. 그런 영화제는 없다. 수상 부스트가 두세 사이클 반복되면 상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한 것이고, 없다면 다시 재편의 얘기가 나올 것이다. 토론토 마켓도 같은 기준이다. 650회의 스크리닝이 아니라, 그중 실제로 클로징된 딜의 수와 누적 판권료가 1회의 성적표가 될 것이다.
다음 신호는 곧 온다. 10월이다. 토론토 마켓의 참석자 수와 거래액, 부산의 두 번째 대상 영화, 그리고 그 옆에 어떤 장치가 붙는지. 이 예측의 방향은 거기서 처음 읽힐 것이며, 답은 가을의 두 도시가 줄 것이다. 그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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